Prince Blub's Island

컴퓨터를 이용해서 다양한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런쳐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키보드에 익숙한 사람도 런쳐를 선호한다. 마우스를 움직여 시작 버튼을 누르고 다시 원하는 항목을 찾아 클릭하는 과정은 반복하게 되면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런쳐를 이용하면 Commandline User Interface(CUI)와 같이 빠르게 원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CUI의 단점은 이용자가 명령어들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소개하는 Launchy는 자신이 실행시키려는 프로그램 이름만 입력하면 되기에 익숙해지는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조금만 사용하면 금방 익숙해진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이므로 누구나 이곳에서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Launchy를 설치하고 핫키를 누르면 화면 가운데에 간단한 창이 하나 생긴다. 이곳이 입력하는 창이다. 입력을 하면 옆에서 자동 완성 기능과 유사하게 가장 근접한 프로그램을 찾아 준다.

Launchy의 사용법은 간단하므로 별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Enso는 Launchy와 비슷한 성격의 프로그램이면서도 지향하는 방식이 다를 뿐 아니라 익숙해지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다른 런쳐들과의 차이점은 고유 명령어들을 이용한다는 점과 Quasimodal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Quasi는 영어로 준-(準-)이라는 의미이므로 modal, 즉 '모드를 바꾸며 입력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다는 의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키보드의 Caps lock키나 한/영 키는 modal 키이고 shifit 키는 quasimodal 키이다. 즉, modal 키는 키를 누르면 모드가 변하여 그 키를 다시 누르기 전까지는 모드가 바뀌지 않는 키인 반면, quasimodal 키는 누르고 있는 그 순간만 효력을 발휘하는(Alt 와 Ctrl 키도 마찬가지) 키라는 것이다. Quasimodal을 기본값으로 설정해 놓은 이유를 Enso의 웹사이트에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The first new thing you'll notice about Enso is that, by default, it is "quasimodal." This means that you hold down the activation key while you type the name of a command, and release the key to execute the command. The difference between modal and quasimodal is the difference between Caps Lock and Shift. Why quasimodal? Because substantial evidence suggests that (a) modes cause errors, (b) mode errors cause user frustration, and (c) tactile feedback (e.g. holding a key) avoids almost all mode errors. Plus, it just feels faster.[각주:1]

줄여서 말하자면 입력시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quasimodal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네이버 검색어에서 '쵸재깅(싸이월드의 영어 철자인 cyworld를 한글 상태에서 입력하면 '쵸재깅'이 된다)'이 검색어로 자동 완성 되는 것만 보아도, 대다수의 국산 툴바들이 ㅈㅈㅈ를 www로 자동으로 변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보아도 modal 키에서 오는 에러가 상당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Enso의 제작사는 Humanized 이며 웹사이트에 개제한 회사설명을 보아도 사용자 경험과 인터페이스를 중요시하는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Quasimodal 자체가 키 입력 오류를 방지하는 매우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은 적절한 아이디어인 것 같다. 한/영키 때문에 혼동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지만 Ctrl+Alt+Delete를 누르면서 Alt를 누르지 않는 실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Enso가 간과한 문제점은 과연 어느 키를 Quasimodal을 활성화하는 키로 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Caps Lock이 기본값으로 되어있고 Ctrl, Shift, Winkey 등으로 변경 가능하지만 어느 것으로 해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한 손가락으로 어느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Enso에 명령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가장 이상적인 키는 엄지손가락이 누를 수 있는(엄지손가락 두 개를 사용하는 경우는 없으니) 한자키인데 이는 영어 키보드에 없어서인지 제외되어 있으며 마음대로 키를 설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인터페이스를 중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키보드의 한계 때문에 결국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그래서 설정에서 Sticky(이것이 앞에서 말한 Modal이다)로 바꾸어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당연하게도 Enso의 장점인 Quasimodal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설치하면 트레이에 다음과 같은 Enso의 원형 아이콘이 나타난다.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설정 메뉴로 들어갈 수 있는데 설정을 익스플로러를 통해서 하게 된다.

이제 Enso를 사용해보자. Caps lock 키를 누르면 다음과 같이 화면 좌측 상단에 문구가 나타날 것이다. 만약 Quasimodal이라면 Caps lock 에서 손을 떼는 순간 문구는 사라지며 Sticky로 설정했을 경우 ESC를 누르면 사라진다.


기본적으로 open 명령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으며 즐겨찾기도 열 수 있다. 만약 특정 폴더나 파일을 실행하는 명령을 기억시키고 싶다면 learn as open 명령을 이용하면 된다. 우선 실행시키려는 프로그램이나 폴더를 선택한다. 여기서는 '내 그림'폴더를 여는 명령을 기억시키는 예를 들기로 한다.





파일을 선택하고 Caps lock을 누른 다음 pics라는 명령어를 기억시킨다. "learn as open pics'를 입력하면 된다.





이제 open pics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내 그림'폴더가 열린다. 이는 파일에도 해당되므로 특정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싶다면 실행 파일을 기억시켜 놓으면 된다. 이 명령 말고도 close 명령도 있다. 다시 Enso를 열어 close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활성화된 창 또는 탭이 닫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창의 최대화, 최소화 뿐만 아니라 선택영역의 복사 및 붙여넣기 등 다양한 명령을 지원하므로 익숙해지기만 하면 여러 가지 마우스로 해야 할 작업을 키보드만으로 해낼 수 있게 된다. 이처럼 Enso는 다양하게 적용하여 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Enso를 불러오는 키를 임의로 지정하는 기능이 없는 점이다. 키보드 배열의 위치상 한자 키를 적용시키면 엄지손가락으로 한자 변환 키를 누르고 입력하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다.

  1. Enso 웹사이트, http://humanized.com/enso/launcher/quicksilver.php에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