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늘어나는 데이터들을 다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 필자의 경우 현재 약 5-600GB의 용량의 데이터를 보관중이다. 그 중 400GB정도는 하드디스크에 보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DVD로 백업해놓은 상태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하드디스크 용량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데이터의 취사 선택에 큰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다.

이렇게 데이터를 많이 차지하는 주 이유는 Podcast 를 비롯한 음악, 동영상 파일이다. Podcast 를 이용할 경우 데이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증가하므로 이를 모두 보관하기란 불가능하다. 거기다가 '언젠가는 한번 필요하겠지...'라는 사고방식은 더욱 데이터의 취사선택을 어렵게 한다.

데이터를 선택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보관할 것인가의 고민은 더욱 해결이 쉽지 않다.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별다른 비용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다시 구할 수 있는 데이터라면 몰라도 직접 촬영한 사진이라던가 글 등의 데이터는 유실될 경우 복구도 비쌀 뿐더러 매체의 상태에 따라서 다 복원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항상 데이터를 백업해두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매체로 백업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하드디스크는 대표적인 저장매체이며 우리가 늘상 접하기 때문에 백업이라는 용도에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르며 접근이 용이하고 데이터를 보관하는 비용 역시 상당히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하드디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디스크에 데이터를 보관할 경우 가장 치명적인 장점은 안정성이다. 하드디스크는 항상 읽고 쓰기에 노출되어 있으며 물리적인 구동부(모터와 베어링 등)가 내부에 장착되어 있어서 기계적 문제로 인한 데이터 손실의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DVD는 어떨까? DVD의 경우 4GB를 조금 상회하는 데이터를 담을 수 있으며 듀얼레이어를 이용할 경우 그 배에 해당하는 8GB 이상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DVD를 기록하기 위한 DVD레코더나 멀티 드라이브의 가격도 매우 낮아졌고 저가의 매체도 많아서 비용도 적게 든다. 실제로 필자 역시 이러한 이유 때문에 DVD를 애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걱정되는 것은 데이터 안정성이다.

CD와 DVD의 수명은 반영구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이는 절대 일반화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영구적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매체 자체가 개인이 공 매체에 레코더로 기록하는 (소위 굽는) 방식이어서는 안되고 음반이나 영화와 같이 대량생산되는 프레스 방식으로 생산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백업 용도로 쓰는 매체들에는 해당되지 않는 사실이다. 게다가 적정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고 긁힘(스크래치)에서 안전하게 보존했을 경우에만이 그 수명이 보장된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저질 매체의 증가이다. 필자는 지인들에게 꼭 고가의 DVD만 이용하기를 권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수명에서 가시적인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DVD매체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오래 전부터 보관해온 CD매체들에서는 산화에 의해서 CD 자체가 못쓰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 것을 필자가 직접 경험한 바 있다. 현재 필자가 보유한 CD들 가운데 직접 구워서 보관중인 것으로 가장 오래된 것이 1998년에 제작한 것이다. 이는 코닥의 골드CD 매체였으며 당시에는 저가 매체가 없었기 때문에 한 장씩 파는 상대적으로 비싼 매체를 이용했던 것이다. 현재 이 CD는 문제없이 실행되며 전체 복사를 해 보아도 아무런 오류가 없다. 반면, 2002년부터 2004년 정도까지 많이 백업용으로 이용했던 저가형 매체들은 대부분 읽히지 않는다. 보관상태가 상대적으로 열악하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큰 차이이다. 이런 경험을 한 뒤로 절대로 저가형 매체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가의 안정적인 매체를 사용한다 해도 프레스 CD나 DVD가 아닌 이상은 수명에도 문제가 있고 가끔 오류도 발생한다. 따라서 중요한 데이터라면 꼭 사본을 만들어 보관하기를 권한다.

데이터 안정성을 이렇게 해결한다고 해서 DVD가 가장 좋은 매체라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 이유는 접근성 때문이다. DVD에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굽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은 매우 번거롭다. 또한 용량이 4GB이기 때문에 최근의 고화질 동영상들을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드 디스크를 1TB를 사용하는 것이 신제품들에 대해서 일반화되고 있는 요즘 하드 디스크에 가득찬 데이터를 백업하기 위해 무료 250장의 DVD를 구워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DVD의 용량이 이미 부족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어떤 매체에 어떤 데이터를 보관해야 할지를 따로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다. 데이터의 종류에 따라서 매체를 달리하는 것이다. 사진이나 문서 등 상대적으로 액세스가 빈번하지 않고 용량이 작은 데이터들은 DVD에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동영상 등의 대용량이라면 하드디스크를 이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다. 이를 다 DVD로 보관하는 것은 너무 번거롭고 한 장에 몇 개 되지 않는 영상만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각주:1] 열어보기에도 불편한 감이 있다. 차후 블루레이가 많이 보급되고 가격도 현재의 DVD수준으로 하락한다면 보를까 현재로서는 동영상 데이터를 광학 매체에 담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시간과 비용의 소모도 크다.

  1.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강의의 경우에 podcast로 배포되는 한 강의 용량이 600MB이상이다. 또한 각종 TV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보아도 마찬가지이므로 이를 DVD에 보관한다면 한 장에 불과 몇 개의 영상만 담을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