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아마도 컴퓨터를 오래 다루었거나 HTML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위지윅(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이 위지윅이라는 용어는 너무도 당연한 개념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 위지윅의 개념은 비단 웹 코딩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자주 쓰는 문서작성에서도 사용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문서작성 작업에 있어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MS워드, 한글과 컴퓨터의 한/글(아래아 한글), 오픈오피스의 Writer 정도이다. 그러나 위지윅이라는 개념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은 모두 똑같은 류의 문서작성 솔루션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문서작성에 있어서의 위지윅이 너무도 일반화되어 있어서 문서작성 솔루션과 위지윅 워드프로세서를 동일시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위지윅이 아닌, 코딩을 통한 문서 작성도 엄연한 문서작성 솔루션이다.

非위지윅 솔루션에는 TeX가 있다. 그렇다면 복잡한 코딩을 해야 하고, 따로 시간을 들여서 배워야 하는 이런 비효율적인 문서작성 방법을 왜 사용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것은 반만 맞는 말이다. 복잡하고 숙련의 시간을 요구하지만 꼭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유명한 작가들은 자신의 필기체를 해독(?)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여기서 하나의 '글'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 작가와 출판사의 역할이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작가는 글에만 집중하고 그것이 어떤 형식으로, 어떤 레이아웃으로 인쇄될지는 출판사에서 추후 작업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책이 만들어지는 단순한 분업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지만 워드프로세서를 생각해 보면 이 분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워드프로세서에서 글을 작성하는 경우 우리는 대부분 레이아웃에 신경을 써야 한다. 스타일 기능을 통해서 나중에 한번에 정리할 수도 있지만(사실 워드 2010의 스타일 기능은 꽤 쓸만한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편집 작업을 문서작성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생기는 문제점이 바로 내용에 신경을 써야 할 저자가 레이아웃에 신경을 쓰게 될 뿐 아니라 레이아웃으로 인해 글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TeX는 조판 솔루션이기 때문에 이를 분리한다. 저자는 글을 쓰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고 이후 그것이 어떻게 종이 위에 나타나고 책으로 인쇄될 것인가는 다른 사람이 하거나 작성자 본인이 이후에 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저자는 문서의 논리적 구조를 훨씬 더 용이하게 이해하면서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eX를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좋은 메뉴얼들이 많이 나와 있으나 어쨌든 바로 결과물을 뽑아 볼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들보다는 훨씬 오랜 숙련기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eX는 각종 논문이나 기타의 논리적 전개를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 고려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 이유는 글은 '보기'위한 것이 아니라 '읽기'위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