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 고르기
프린터의 가격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내려갔다. 그러나 잉크가 비싸기 때문에 인쇄 비용 자체가 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유지비가 적게 들어가는 프린터를 고르는 것이 프린터를 고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만약 인쇄량이 아주 많고 사무실 등에서 사용될 프린터라면 무한잉크 등의 솔루션도 고려할 만하다. 무한잉크란 외부 잉크통을 장착하고 이를 호스로 잉크 카트리지에 연결하여 다량의 인쇄에도 잉크 카트리지를 다시 구입하거나 리필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잉크를 주입할 수 있도록 한 기기이다. 최근에는 이 호스를 제거하고 카트리지 구조 자체를 변경한 제품도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많은 인쇄를 하지 않으면 잉크 카트리지가 굳는 등의 문제가 있으며 저가형 제품을 사용할 경우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가정용으로는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 아니다.
I. 경험으로 볼 때...
필자가 처음 프린터를 사용해 본 것은 94년이다. 그때 구입한 제품은 HP였으며 (HP 500K) 이후 여러 제품을 이용해 보았다. 대다수가 HP 제품이었으며 그다지 인쇄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초기에는 리필도 거의 안했고(과거에는 리필을 하면 고장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품 잉크만 구입해서 사용했다.
HP의 성능은 무난했다. 500K, 692K, 800C, PSC1210, PSC1350 이렇게 다섯 제품을 이용했는데 앞의 두 제품은 매우 튼튼했고 800C도 무난했다. 문제는 PCS 시리즈였는데 요즘 나오는 HP 프린터가 다 이런지, 아니면 복합기들만 그랬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앞의 좋은 이미지를 다 망친 제품들이었다. 리필도 거의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장도 잦은 편이었고 속썩이면서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더불어 PSC1350은 AS문제 때문에 더욱 그랬다.
사용해본 제품 중 최악의 제품은 삼성 마이젯이었다(90년대 후반 제품). 지금은 삼성 프린터도 쓸만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제품의 영향으로 필자는 삼성 프린터 제품을 지금도 구입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삼성이 프린터 시장에 진출한 초기 제품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자주 잉크가 굳고 잔고장도 많은 편이었다.
현재 사용하는 제품은 캐논의 제품으로 MX308이라는 팩스도 되는 제품이다. 1년 조금 넘게 사용한 소감으로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리필을 집에서 주사기로 수도 없이 했음에도 인쇄 질 저하라는 면에서 볼 때 두번 리필한 HP 잉크 카트리지보다 훨씬 월등하다. 덕분에 일년 넘게 사용하면서도 새 잉크 카트리지는 단 한번 구입했을 뿐 충전으로 엄청나게 많은 양을 인쇄할 수 있었다. 이 성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A4용지로 인쇄한 양이 박스 하나(2500장)에 육박하고 있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다. 왜 이렇게 카트리지 품질의 차이가 나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캐논 잉크 카트리지가 확실히 견고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어쨌든 최종적인 추천은 캐논이다. 캐논의 모든 제품을 보증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대중적으로 쓰이는 PG-40 잉크와 CL-41 잉크는 확실히 품질이 좋다. 리필을 많이 하는 편이고, 적은 비용으로 일반 가정에서 인쇄하는 것보다 조금 많은 정도로 인쇄하는 경우라면 캐논이 최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II. 선택의 기준에 따른 브랜드별 특징
프린터를 선택하기 위한 최고의 객관적 기준은 유지비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리필을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리필을 하지 않고 정품 잉크 카트리지만 사용할 계획이라면 정품 카트리지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프린터를 골라야 한다.
HP의 경우 정품이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잉크가 나와 있다. 900번 잉크를 사용하는 HP900 프린터는 정품 카트리지가 흑백, 컬러 모두 10,000원 이하로 매우 저렴하다. 컬러와 흑백 세트를 15,000원에 파는 곳도 있으니 어지간한 재생잉크보다 저렴하다. 이 모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복합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심플 블랙 잉크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심플 블랙의 경우 사용자 개인에 따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필자의 경우 보고서나 논문 출력으로 많이 사용했는데 큰 불편함이 없었지만 진한 색을 선호하는 경우 심플 블랙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심플 블랙은 농도를 옅게 하여 단가를 낮춘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백으로, 개인적으로 볼 문서를 인쇄하는 경우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캐논은 잉크에 따라 가격대가 다양한 편인데 많이 사용되는 잉크의 경우 가격이 2-3만원대로 구입이 가능하여 정품 잉크도 그렇게 비싸지만은 않다. 게다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잉크 카트리지의 내구도가 높고 따라서 리필을 사용할 경우 유지비를 많이 줄일 수 있다. 보통 만원 이하에 살 수 있는 4색 100ml 세트면 다회 리필이 가능하며 (캐논 정품 카트리지가 대용량의 경우 20-22mL로 알고 있다) 주사기로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잉크 충전해 주는 곳에서 비싸게 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기도 하다. 인쇄 품질은 일반적인 사용자의 경우 크게 불편합이 없다.
엡손은 색마다 카트리지를 따로 만든 분리형이 있어서 경제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나 분리형 카트리지의 가격을 합하면 삼색 잉크 카트리지만큼 나오거나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고 리필이 불편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직접 사용해 보아서 장담할수는 없으나 잉크 소모량이 많다는 평도 많았다. 그러나 무한잉크를 사용할 경우 엡손의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무한잉크를 사용할 예정이라면 엡손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는데 가정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무한잉크보다는 리필이 잔고장도 적고 간편한 점이 있으므로 크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메이커이다.
삼성은 사후지원이 잘 될 것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부각되는 장점이 없다고 본다. 이는 삼성 프린터 제품 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점유율이나 인지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간이 흘러 삼성의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현재 삼성의 잉크 카트리지들은 3-4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HP와 비슷한 수준이다. HP에서는 저가형 잉크도 나오고 심플 블랙도 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굳이 삼성을 선택할 필요가 있는가가 의문이다. 또한 HP의 재생잉크나 리필은 상대적으로 많은 이용자 때문에 구하기가 매우 쉽다는 장점이 있어서 시장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삼성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한다.
결론적으로 저가형 정품잉크를 사용할 것이라면 HP의 저가 잉크 사용 모델이나 심플블랙 사용 모델, 혹은 캐논 모델로 가는 것이 좋으며 리필을 할 경우 캐논이 낫다고 본다. 삼성이나 엡손은 HP, 캐논에 비해 선택할 이유가 별로 많지 않고 무한잉크를 사용할 경우 HP나 엡손의 일부 모델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