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작년 12월말이나 1월 초쯤에 익뮤를 샀으니 지금은 5개월째 사용하는 셈이다. 그동안 느낀 익스프레스 뮤직폰에 대한 생각들을 한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우선 현재 익스프레스 뮤직을 사용하면서 노키아폰을 쓰고 있지만 많은 노키아 유저들이 향후에는 아이폰이나 기타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것 같다. 노키아측의 대응도 그렇고 KT도 초기에는 많이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인데 상대적으로 아이폰에 주력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유저들의 노력으로 통신사 측에서 비롯한 형평성 문제들은 대부분 없어진 것이 사실이고 그리 큰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제품 자체를 놓고 보자면 사용하기는 매우 좋으나 뽑기운이나 버그 문제가 소비자 항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 같아 객관적으로 평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내가 사용하면서 노키아 유저 카페에서 이슈화된 많은 문제점들 - 통화음, 문자송수신, 액정, 카메라 램프 등의 문제들 - 을 한번도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건지, 아니면 문제 없이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별로 활발한 피드백을 보여주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이유들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평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이런 편차를 보이는 점은 제품의 완성도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활용도? 이 점에서는 노키아 심비안 운영체제도 꽤 쓸만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단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유럽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만큼 사용자층이 넓고, 따라서 애플리케이션도 그 수와 종류가 다양하다. 사실 아이폰에서 '이런 어플도 있다'라고 하는 것들의 대다수는 동일하거나 유사 기능을 가진 애플리케이션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하거나 구입할 수 있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능을 간략히 적어 보면,


  • 가장 많이 사용하는 트위터 기능. 노키아에는 Gravity라는 훌륭한 트위터 클라이언트가 있다. Gravity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성능이나 외관은 현존하는 모든 트위터 클라이언트(아이폰 등 여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용 포함) 중에서도 단연 정상급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일정 관리. Googasync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구글 캘린더와 폰의 일정을 동기화한다. 컴퓨터로 아웃룩을 사용하고 구글 캘린더와 연동시켜 놓은 상태라면 데스크탑 아웃룩, 외부 컴퓨터/랩탑에서 구글 캘린더, 그리고 스마트폰 이렇게 모든 플랫폼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동기화할 수 있다.
  • GPS기능. GPS는 사용하기에 따라 정말 무궁무진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네비게이션이나 지도 기능은 물론이고 특정 장소에서 알람이 울리게 하는 기능(버스에서 취침시 사용), 야외에서 등산이나 조깅을 할 때 달린 거리와 속도, 운동강도를 계산하는 기능, 폰이 도난당했을 경우 자동으로 현재 위치를 사용자가 지정해 놓은 서버로 전송하는 기능 등 응용할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하다.
  • 이메일. 이메일은 기본 제공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도 되고 G메일을 사용할 경우 G메일 클라이언트를 설치해도 된다. Nokia Messaging도 괜찮다. 언제 어디서든 이메일을 볼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이메일을 단순히 안부를 묻는 정도에 사용하고 있으나 점차 그 활용도가 높아져 가는 것이 느껴질 정도.

이같은 기능 외에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노키아 심비안 운영체제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MP3, 라디오도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사용자 폭이 넓은 만큼 커스터마이징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고 테마나 아이콘들도 다양하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을 들자면


  • 아이폰에 비해서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평가. 그다지 공감가는 평가는 아니지만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한글화되어 있지 않고 외국 사이트를 통해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구하기조차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본 애플리케이션이 충실한 아이폰에 비해 사용하기가 까다롭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페이스 자체는 그다지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이폰이 워낙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정전식 멀티터치가 아닌 감압식이라는 점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뒤떨어지지만 사용 편의성 면에서 윈도우 모바일을 사용한 옴니아보다는 훨씬 뛰어나 보인다.
  • 노키아 측의 소극적 태도. 노키아는 현재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V50 펌웨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KT측에서 이번에 사용자 의견을 수렴하여 계획중인 V40펌웨어가 나오면 어느 정도 불만은 잠재울 수 있겠지만 외국 유저들은 V50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국내법상 지도 데이터 관련법 때문에 노키아 유저들이 오비맵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 오비맵은 어느 지도 서비스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상당히 훌륭한 맵 애플리케이션이지만 노키아 측에서 국내에 지도 데이터 서버를 구축하지 않는 한 전세계 유저들이 사용하는 오비맵은 한국 유저들에게 있어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구글은 맵 서비스를 하기 위해 지도 데이터 서버를 국내에 구축한 바 있지만,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을 고려해볼 때 맵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하려 들지는 않을 것 같다.
  • 향후 전망에 있어서의 어려움. 아이폰이 급성장하고 있고 기타 메이커들과 통신사들이 안드로이드를 밀고 있는 실정에서 향후 심비안 운영체제를 노키아가 얼마나 지원할지, 그리고 개발자들이 얼마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지의 문제가 그것이다.

노키아 익스프레스 뮤직 5800은 처음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는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해 보는데 이에 대해서 노키아측의 사후관리가 적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폰이나 옴니아 등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하고 다른 스마트폰에서 지원되는 GPS나 와이파이 등의 기능을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자신의 목적이 이메일이나 트위터, 그리고 몇 가지 스마트폰의 기본기능에 국한된다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이러한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가질 수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