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아이폰4 의 수신율 문제를 최근 국내 언론들이 많이 다루고 있다. 특히 오늘자 신문에도 이 문제와 애플의 해명과 관련, 많은 기사들이 실렸다.

"애플, 아이폰4 수신불량 일부 인정"

"아이폰4, 수신불량 아닌 표시 결함"

애초에 이 문제는 인지도 있는 IT 블로그인 엔가젯(Engadget)과 기즈모도(Gizmodo)에 의해 제기[각주:1]이다.

이번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현재 국내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기반인데 아이폰이 없어짐으로써 일원화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이폰4가 한번 더 국내 시장에 충격을 주어서 인터넷 생태계나 통신사들의 자세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많이 불러일으켜야만 소비자에게 유익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 뉴스에서 보이는 것처럼 애플이라는 기업이 보여준 태도는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이 기회에 좀더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서 애플의 소비자에 대한 고자세가 시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또한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언론사들의 편파적 보도 및 확대 해석이다. CNET을 비롯한 유수 해외 언론과 유명 IT블로그들의 글 어디에서도 애플의 문제를 지적함에 있어 '소비자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극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IT뉴스인 만큼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데에 노력하였다. 그런데 필자의 많은 지인들 중 국내 대형 언론사나 인터넷 뉴스만으로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애플 제품에 엄청난 문제가 있었으며 그 일로 아이폰4가 치명적 타격을 입었고 정말 '무릎을 꿇을'정도의 상황에 있는 줄로만 알고 있으니 사실관계가 왜곡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독자의 눈길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플이 제시한 문제가 어느 측면에 국한되는지, 그리고 환불 정책이 14일에서 30일로 바뀐 것이 결론적으로는 전부라는 점을 충분히 언급했는지 등의 측면에서 보면 부족함이 많은 기사들이다. 앞으로는 국내 뉴스를 통해서도 신뢰할 수 있고 깊이 있는 IT 관련 뉴스를 접해보았으면 한다.

[추가: 2010년 7월 13일]

미국의 소비자 전문 잡지 Consumer Reports(CR)가 아이폰 수신율 문제를 언급하면서 실험 결과와 동영상을 담은 Why Consumer Reports can't recommend the iPhone 4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Lab tests: Why Consumer Reports can't recommend the iPhone 4



실험 결과는 위에서 기즈모도에 의해 제기된 것과 비슷하며 애플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것이 소프트웨어나 AT&T망의 문제만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동영상에서 볼 수 있는 실험 과정은 상당히 구체적이며 기즈모도의 상대적으로 단순한 실험과 비교해 보았을 때 수신율 측정 기기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더욱 신뢰할 만한 실험이다. CR이 상당히 권위를 갖는 소비자 전문 잡지임을 고려한다면 애플의 주장만을 믿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1. [/footnote]되었다.

    Some iPhone 4 models dropping calls when held left-handed, including ours (Update: Apple responds)

    iPhone 4 Loses Reception When You Hold It By The Antenna Band?

    그런데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다음과 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천하의 애플도 소비자 앞에서 무릎 꿇었다 - 아이폰 4 전액 환불, 무릎 꿇은 애플"

    그리고 불량인지, 결함인지에 대한 입장도 정확하지 않으며 언론사마다 제각각이다. 위에서 본 몇몇 헤드라인들에서는 불량이라고 하고 어디서는 결함, 또 다른 언론사는 '불량 아닌 결함'을 강조하는 식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애플이 '결함을 인정'했다고 한다.

    애플 `아이폰4 수신표시 결함` 인정

    이제 애플의 환불 정책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미국 내 소비자에 대한) 애플의 환불 정책

    (미국 내 소비자에 대한) 애플의 아이폰 환불 정책

    위의 링크에서 볼 수 있는 애플의 미국에서의 아이폰 환불 정책(2010년 7월 5일 현재 기준)을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아이폰에 만족하지 못하셨다면...(중략)...환불을 요청하십시오...(중략)...수수료를 내지 않으려면 아이폰은 당사의 창고로 30일(Calendar day, 즉 business day 가 아닌 실제 일수) 이내로 반품되어야...(하략)

    즉, 아이폰은 30일 이내에 환불 가능한 것으로 기존의 다른 제품들의 환불 가능 기한인 14일에 비해 연장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치는 어떤 점에서 보면 별다른 조치라고 할 수 없다.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미국 현지 시간으로 6월 24일이고, 제품에 문제 - 그것이 불량이던 결함이건 간에 - 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 7월 2일이다. 따라서 애플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때까지의 길게는 8-9일간의 시간 간격을 감안한다면 14일에 비해서 일주일 남짓 늘어난 것이다. 이것을 과연 '애플이 무릎을 꿇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애플은 가까운 시일, 즉 몇 주(within a few weeks)내에 소프트웨어 문제를 수정한 업데이트를 내놓는다고 했다. 이 업데이트를 통해 '좀더 정확한 수신율 막대의 표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만약 이 문제가 소프트웨어적으로 완벽하게 해결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을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다르다. 수신율 문제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애플의 조치를 믿고 아이폰4를 환불하지 않은 사람들은 몇 주 후면 이미 30일이 지나 무상 반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애플이 정말 이 문제에 대해 내놓은 자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는 해결책에 자신이 있다면 업데이트 발표 이후 시점까지 무상 환불 기간을 연장해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애플의 공식 언급

    이런 점을 감안하고 애플의 공식 언급을 다시 살펴보면 '수신율 막대 표시 문제'에 대해서만 시종일관 언급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애플은 실제 수신율이 저하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는 입장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7월 2일에 애초에 이 문제를 제기한 기즈모도(Gizmodo)에 새로운 포스팅이 올라왔다. 매우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담은 이 포스팅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Why Apple's iPhone 4 Update Won't Fix Your Reception Problem

    주된 내용은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애플의 해결 방안, 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해결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매우 그럴 듯하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어서 '마치 수신율이 저하된 것처럼' 보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의 근본이 아니라는 점을 이 포스트는 지적하고 있다. 만약 애플의 주장대로라면 수신율 바(bar)는 줄어든다고 해도 실제 통화나 데이터 통신에는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다음의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2-3분 대에 매우 극적으로 나타난다) 특정 부위에 손가락을 접축했을 때 아이폰은 단순히 수신율 표시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 실제로 수신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상에서는 실제로 확실하게 문제가 발생한다. 특정 부분 - 소위 Death Spot이라는 - 을 손으로 감싸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만 댄 것임에도 불구하고 통화 품질이 급격히 저하하면서 결국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이 실험이 사실이라면 단순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각할 여지가 충분하다.

    아직 애플은 이 문제 제기에 대해서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으며 기존의 입장 - 소프트웨어가 문제이며 수신율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 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언급한 두 IT 블로그를 비롯, 많은 국내외 커뮤니티에서는 아직은 이를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신율 막대를 표시하는 소프트웨어 부분에 대한 수정으로 문제를 덮어 버리려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그 주를 이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애플의 태도이다. 많은 애플의 팬들은 아이폰의 출시와 함께 국내 통신사들과 이동전화 제조사들이 그동안 국내 소비자를 등한시하던 태도에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믿으며 사실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플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심정적으로 애플에 면죄부를 주고 싶은 것은 인정하지만 제조사가 자사의 제품의 결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일부만 인정하며 '원하지 않는 고객은 환불하도록' 하는 태도는 절대 칭찬받지 못할 행보임에 틀림없다. 기업마다 불량이나 결함의 기준이 다르게 정해져 있지만 (불량과 결함 둘 사이에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일단 제품의 성능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빨리 인정하고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대응책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번의 애플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자칭 애플의 팬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아이폰과 애플에 대해 옹호하는 입장을 펴는 일부 사용자들의 기본적인 IT에 대한 지식 부재와 그보다 더한 성숙하지 못한 태도는 애플측의 성실한 대응을 요구하는 데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삼성 갤럭시S는 결함이 더 많다'는 주장까지 간혹 보이는데, 문제의 본질 - 아이폰4의 수신율 문제 - 과 전혀 관계없는 갤럭시S가 왜 이 맥락에서 언급되어야 하는지는 이해하기 힘든 일[footnote]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