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평소 '처세'나 '성공학'에 대한 책들에게서는 크게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주의여서 필자는 이러한 책들을 더 이상 구입해보지 않는 편이다. 물론 아주 예외적으로 유명해진다거나 꼭 읽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면 모르되, 대부분의 책들이 하는 본질적인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어서 시간과 돈을 들여서 읽어야 할 의미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중고등학생과 같이 인생관과 세계관이 결정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책들을 잘 선별해서 읽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처세 서적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고전'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체스터필드나, 나폴레온 힐, 데일 카네기와 같은 사람들의 서적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증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발췌독을 한다면 배울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유명한 처세 서적들조차 선뜻 권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처세'라는 내용을 표방하는 이러한 서적들이 너무 피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처세는 '이 세상에 있는' 다는 의미이다. 즉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다루는 서적들이 바로 처세 서적들이다. 그래서 세상의 변화에 잘 대응하고, 자기 자신의 역량을 증진시키며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많은 처세 서적들은 수동적인 대응을 강조하게 된다.

물론 이 책들 대부분은 '적극적인 사람이 되라'는 덕목을 강조하기는 한다. 그러나 그 적극성은 제한된 측면에서의 적극성이지,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적극성은 아니다. 처세에 있어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적극성은 세계를 이해하는 가치관을 형성하고 그것을 주장하여 사람들을 설득시키며 세상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발현되었을 때 비로소 그 정의를 만족시킨다. 그러나 대부분의 처세 서적들은 이 가치관 형성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부분을 다루기보다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굳건하게 세워 놓은 법칙 안에서 어떻게 적절한 '대응'을 통해서 만족감을 누리는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본질적 의미에서의 처세를 다루고자 한다면 가치관 형성에 대한 생각을 해 보아야 하고, 가치관 형성은 많은 고전과 철학 서적을 통해 습득해야 할 성질의 것이지 어떠한 책 한권을 뚝딱 읽어서 해치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처세 서적은 단편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고, 그렇게 얇팍한 내용으로 존재할 경우 읽을 의미도 없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무엇보다 인간 본질에 의문을 갖게 해 주는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고전을 읽음으로써 시작된다. 고전을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읽은 적이 없는 책이라고들 하는데, 이것이 농담이 아닌 사실이 된다면 - 어쩌면 우리 사회는 그런 방향으로 상당히 와버렸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 정말 불행한 일일 것이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철학자들을 상기해 보면서 그들의 저작을 한두권씩 탐독한다면 분명 좀더 나은 가치관의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운 철학자들만 해도 상당하여, 孔孟의 유교 철학뿐 아니라 불교, 도교의 철학까지가 필자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배운 윤리 교과서에서 동양 철학에서 다루어지고 있었고 서양 철학에서는 한층 더 폭이 넓어져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현대의 실용주의까지를 그 대상으로 하였던 기억이 난다. 윤리시간에 수능 문제를 맞추기 위해서 암기하던 이러한 철학에 관련된 지식들은 전혀 쓸모없는것이 아니다. 시험을 본 이후에도, 이들 철학자의 저작을 하나둘씩 읽어 가며 과거에 배운 기억을 상기해서 하나씩 맞추어 보다 보면 훨씬 더 쉽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이성 중심', '경험 중심'과 같은 도식화로 익숙해 있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얼마다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좀더 나은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습득한 지식들은 결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읽는 책들, 새로 배우는 내용들과 연관되어 확장되면서 지식이 축적되는 든든한 주춧돌의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 고전 서적들은 단순한 처세술에 대한 책을 읽어서 시간을 관리하고 남는 시간에 자격증을 더 따는 방법을 익히기보다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EBS 에서 해주는 그의 강의도 꽤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고 한다. 그가 다루는 내용들은 모두 서양 철학에서 일가를 이루는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정의에 대한 내용을 연관지어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런 책을 읽고, 관련된 철학자들의 저작을 찾아보는 것도 철학 고전에 접근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