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Essay +5

프레젠테이션

Essay2011. 2. 3. 08:30

오늘 학교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가 진행중인 여러 프로젝트들이 있어서, 그에 관련된 발표였습니다(학생자격으로).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업을 들으면서도 발표는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학생의 입장에서 (주제 넘을지도 모르지만)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인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1. 주제를 잘 알아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주제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전문가가 될 수 없다면 프레젠테이션의 범위를 좁혀서라도 그렇게 되도록 하길 권합니다. 그 이유는 대중 앞에서 말하는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주제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만약 주제를 아주 잘 알고 있다면 자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경험상 확실히 다릅니다) 말해야 할 내용을 잊어버려서 당황하는 일도 없어집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스크립트를 외워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 스크립트는 없애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1번에서도 제시된 사항이지만, 스크립트는 없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 불가피하다면 요점만을 (키워드) 적어 놓은 종이를 들고 하는 것이 낫습니다. 경험상 스크립트를 외우려고 하면 더 압박감이 심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틀렸거나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 경우 해당 부분을 스크립트 종이에서 찾아보게 되는데, 이런 행동은 당황한 것으로 보이거나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크립트를 한번 작성해 보되, 내용을 암기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어떤 내용을 이야기할 것인지만 숙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발표를 연습하되, 전체 흐름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세부사항만을 숙지하고 말하는 내용은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많이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슬라이드는 단순하면서 청중의 주목을 끌도록 작성합니다.

가장 지루한 발표가 스크립트를 읽는 발표입니다. 이를 더 지루하게 하려면 슬라이드에 읽는 내용을 모두 써넣으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절대로 슬라이드 내용을 읽지 않는다'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슬라이드에는 매우 함축적인 그림이나 도표, 키워드, 핵심 수치 등만 수록되면 충분합니다. 이로 인해 청중은 슬라이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어 강연자가 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며, 함축적인 시각 정보를 통해 강연자가 발표하는 핵심 내용은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간혹 슬라이드에 발표할 내용을 전부 써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며 많은 강연자들이 이를 사용하는 이유는 청중이 강연자가 아닌 슬라이드를 보게 함으로써 시선을 회피하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4. 발표는 흐름을 따라가도록 합니다. 단, 발표에 앞서 흐름을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목차를 담은 슬라이드를 만들고 목차를 따라 순서대로 설명한 후에 결론을 내고 질문을 받는 형식의 프레젠테이션은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미리 정보를 제시함으로써 매우 체계적인 발표가 되기 쉽고 발표자가 기억하기도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는 뛰어난 프레젠테이션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발표될 내용이 미리 노출되어 버림으로써 청중이 다음 내용을 흥미를 갖고 기대하도록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흐름을 타기보다는 주제를 하나씩 짚고 넘어가는 형식이 되어 매우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매우 일반적인 소재를 제시하고 그로부터 발표의 중심 내용이 되는 문제를 제기한 뒤 하나둘씩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적절합니다(물론 이렇게 하려면 더 치밀한 준비와 논리 구조가 요구됩니다). 

5. 질문에 항상 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청중이 제대로 발표를 듣고 있었다면 질문이 나오는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만약 질문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청중이 관심이 없거나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은 것입니다. 발표자와 청중은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에 있어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표자가 이야기를 한다면, 청중에게 아무리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질문이 나온다는 점은 프레젠테이션이 그만큼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리고 질문이 나왔을 때 성실하게 답변하는 자세와 함께 발표자가 질문의 요점에 적절한 답변을 할 수 있다면 프레젠테이션 자체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커질 것입니다.

P.S. 직장 상사, 교수님, 그리고 발표의 청중이 될수있는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글: 프레젠테이션을 보실 때 슬라이드만 보지 마시고 발표 전체, 즉 프레젠테이션 전체를 보아 주십시오. 프레젠테이션은 슬라이드 감상시간이 아닙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목적은 주어진 주제를 얼마나 청중들이 잘 이해하도록 하는가입니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제가 위에서 제시한 것처럼 만들면 불성실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발표자가 많을 것이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슬라이드에 적힌 내용을 다 들여다 보신다고 해도 얼마나 기억이 나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차라리 발표 자체가 훌륭해서 몇 개의 포인트만 짚고 넘어갔다면 더 기억도 잘 나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슬라이드의 단순함은 발표의 전달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이고, 단순하고 깔끔한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은 쓸데없는 활자로 가득 찬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