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Blub's Island

"애플은 너무 폐쇄적이라 별로예요."

아이폰을 사용하다 보면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다. 명제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애플의 iOS에 비하면 매우 개방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소스 코드부터가 공개되어 있고, 사용도 무료이다. 아이폰/아이패드와 iOS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데이터 전송 또한 아이튠즈로 대부분을 해결하는 것과 달리, 안드로이드 폰들의 대부분은 컴퓨터를 통해 접속이 가능하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안드로이드가 개방적이기는 하지만, 그 '개방성'이 정당한 방법을 통해 컨텐츠를 소비하는 유저에게 iOS에 비해 큰 실익을 가져다 주는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의 기본적인 개방성은 그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라는 점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는 Apache License를 따르며, 커널은 리눅스 커널이기에 GPL을 준수한다. 다시 말하면, 소스가 모두 공개되어 있어 누구든지 수정을 가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방성이 과연 일반 유저들에게 실익이 되는 개방성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유사한 OS인 리눅스를 보자. 누구든지 리눅스 커널을 수정할 수 있고, 대부분의 윈도우 매니저/데스크탑 매니저의 소스가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비개발자가 리눅스 배포판을 받아 설치하여 데스크탑의 대용으로 사용할 때 이러한 효용을 기대하면서 설치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개발 실력이 있고, 하드웨어에 대하여, 그리고 운영체제에 대하여 깊은 지식이 있다면 리눅스 커널을 수정하고 컴파일하여 자신만의 커널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질적으로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어 이를 수정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적어도 직접적으로는 일반 사용자에게 큰 장점이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개방성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드웨어적인 개방성일까? 예를 들면, 애플의 30핀 단자 케이블은 다른 많은 스마트폰들 - 삼성, LG, 블랙베리, 노키아 등 - 이 공유하는 USB 단자와 다르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애플은 항상 자사의 고유한 케이블, 주변기기를 사용하도록 강제하였는데, 이는 사용자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애플의 폐쇄성은 과거 애플의 하드웨어적 폐쇄성 - 매킨토시 컴퓨터가 한때는 프린터까지 애플 전용만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폐쇄성 - 과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주위의 스마트폰 유저들을 한 번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어느 케이블이 표준에 가까운가? 질문을 조금 바꾸면, 어느 케이블이 많이 사용되는가? 표준은 많이 사용되는 것이 표준이 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컨텐츠에 대한 개방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튠즈 스토어, 앱스토어 등에서는 애플의 정책에 따르는 컨텐츠만 유통된다. 안드로이드의 구글 Play 스토어가 누구나 앱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애플의 검수를 거쳐 컨텐츠가 등록되는 앱스토어의 정책이 더욱 목적부합하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는 일반 데스크탑/랩탑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는 1)사용자의 주소록, 메일, 때로는 더욱 중요한 정보를 별다른 보호 장치 없이 보관하고 있으며, 2)통신 서비스와 연계되어 있어 데이터/통화료/문자송수신비 등으로 금전적 피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고, 3)일반 퍼스널 컴퓨터보다 컴퓨터라는 기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용자들도 매일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바이러스나 악성 코드에 대해서 더욱 취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앱스토어에서 정식 등록 된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보안적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애플 iOS의 폐쇄성과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은 적어도 일반 사용자가 사용함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개발자의 입장에서도, iOS 플랫폼이 폐쇄적이기 때문에 java 를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는 경우는 드물 것 같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개방성 때문에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개발자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앱스토어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내가 공들여 만든 앱의 apk 파일을 마음대로 다운로드하여 공유할 수 있는 시장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용자가 앱을 구매하여 사용하는 시장을 택하겠는가는 무료 앱을 만드려는 계획이 아니라면 별로 고민의 여지가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다.